오래 전 남미의 어느 나라에 기근이 닥칠 거라는 소문이 한 지방을 휩쓸었다.
그러나 기후가 좋아 농작물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소문을 들은 소작인 2만 명이 농지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 결과 농사를 짓지 못해 수천 명이 굶어죽게 되었다. 기근 소문은 사실이 되고 만 것이었다.
뭔가 목표를 세웠을 때, 자신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이미 실패한 것과 다름이 없다. 목표를 세운 순간, 그것은 달성된 것과 같다는 믿음이 목표에 닿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목표는 늘 자기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닿지 않는 곳에 머물게 된다.
몇 백 년 전에 크리스토 라이언이라는 한 젊은 건축사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원저 시 청사 로비를 설계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단 하나의 기둥만으로 로비의 천장을 받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청사는 잘 지어졌다. 문제는 감리사가 기둥 하나만으로는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이었다.
시청 관계자들도 기둥을 더 세워야 한다고 그 주장을 옹호했다. 건축사는 근거를 대가며 기둥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논리를 폈으나, 아무도 그걸 믿지 않으려 했다. 결국 건축사는 자신의 의지를 꺾고 기둥 네 개를 더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300년이 흘렀다. 어느 날 시 청사 로비의 천장 보수 작업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천장과 기둥 사이에
미세한 간격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상 그 네 기둥은 건물을 떠받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오래 전의 그 건축사는 자신의 설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고하게 믿었다. 남들이 모두 불신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만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기둥 네 개를 더 만든 것은,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던 것이다.
당시 그는 중앙 기둥의 꼭대기에 '
신념과 진리는 단 하나의 기둥만이 필요할 뿐이다.'라는 글을 새겨 놓았고, 또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자신이 있다. 적어도 100년 후에 기둥을 마주한 사람들은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혀를 내두를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자신감에 대한 나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목표를 정했을 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것이 달성되리라 믿는다면, 그것은 이미 달성된 것과 같다. 하지만 충분히 달성가능한 일이라 해도 주위 사람들 말에 현혹되어 의심이 피어난다면, 목표는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944년 1월, 젊은 군의관 헨리 비처는 해안 교두보에 임시변통으로 지은 야전병원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부상자가 워낙 많아 마취제가 곧 바닥나고 말았다. 그때 그는 주사기에 모르핀 대신 소금물을 넣고 부상자들에게 투여했다. 물론 부상자들은 그게 마취제인줄 알고 있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상자들이 소금물 마취제만으로도 고통을 잘 견디며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까무러칠 정도로 극심한 수술마저도 이들은 잘 참아냈다. 마취가 제대로 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믿음이 무엇보다 강력한 마취제였던 셈이다.
몸은 생각의 지배를 받는다. 생각에 대한 몸의 반응이 바로 '감정'이다. 생각 때문에 울고 웃는 등의 온갖 생리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마취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덜 아픈 것이다. 어떤 사소한 생각에 대해서도 몸은 반응하게 되어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원하는 어떤 것이 실현된다는 믿음은 특별한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플라시보 효과 역시, 약물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린 몸은 강철과 같이 단단한 상태로 변하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세련된 포장지에 담긴 아스피린은 밋밋한 포장지에 담긴 아스피린보다 효능이 높다고 한다. 또한 성분이 똑같은 진통제라고 해도 가격이 저렴한 약의 진통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비싼 약에 돈을 내는 것은 그 액수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 무엇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는 성분인 것이다.
플라시보(위약)효과에 관한 가장 주목할 만한 보고 가운데 하나는 브루노 클로퍼 박사와 라이트 씨에 관한 것이다. 암 환자인 라이트 씨는 살아갈 날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 클로퍼 박사는 라이트 씨에게 크로바이오젠이라는 실험적인 약을 사용했다. 그러자 암 덩어리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몇 개월 뒤에, 신문에서 그 약이 위약이라고 보도하자, 종양이 다시 나타났다. 클로퍼 박사는 환자에게 새로운 약을 투여하면서 효능이 두 배 더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약이 아니라 증류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양들은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신문들이 다시금 그 약이 위약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종양이 다시 나타났고, 환자는 이틀 뒤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과연 이 환자를 죽인 것은 무엇일까?
조선시대 정승을 지낸 송시열이 중병으로 자리에 누웠을 때다. 많은 약을 써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당대의 정승 허목이라는 사람이 아니고는 그 병을 고칠 사람이 없었는데, 송시열은 노론이었고 허목은 남인인지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때 송시열은 아들을 불러 허목 대감에게 가서 약을 얻어오라고 시켰다. 아들이 허 대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고하니 그는 아무 말 없이 약을 지어주었다. 송 대감의 아들은 약첩을 받아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의심이 나고 궁금하여 약봉지를 열어 보았다. 그런데 그 속에는 '비상'이 들어있었다. 비상은 약제로도 쓰이지만, 독이기도 하다. 그 약의 정체를 의심한 아들은 비상의 분량을 반으로 줄여 아버지께 약을 달여 드렸다. 약을 마신 송시열은 병이 낫는가 싶더니 금방 몸져누웠다. 송시열은 다시 아들을 허 대감에게 보냈다. 다시 찾아온 아들을 본 허 대감은 대뜸 호통부터 쳤다.
"네 이놈, 네가 필시 그 약에 든 비상의 양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 분명하렸다! 네 아버지 병에는 적당한 양의 비상이 필요하여 처방한 것인데 왜 사람을 믿지 못하느냐. 그 병은 한번 재발하면 고치기 어려우니라."
나중에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송시열은 아들을 크게 야단쳤다고 한다.
비상은 독일 수도 있지만 '믿음의 비상'은 곧 약인 것을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느 날 공자에게 한 제자가 이렇게 물었다.
"스승님, 바람직한 정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가 무엇입니까?"
"식량과 무기, 그리고 백성의 믿음이지."
"그런데 만일 스승님께서 그것들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포기하시겠습니까?"
"무기를 버리겠다."
"남은 두 가지 중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요?"
"그야 물론 식량이지."
"그렇지만 식량이 없으면 백성들이 굶어죽고 말텐데요?"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봐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은 바로 죽음이다. 그러나 백성들의 믿음을 잃어버린 통치자는 정녕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처럼 믿음은 개인의 몸을 다스릴 때만이 아니라 큰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도 정말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열자>는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리고는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다. 그러자 걸음걸이나 안색, 말씨가 다 도끼를 훔친 사람의 행동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 후에 골짜기에서, 잃었던 도끼를 찾았다. 다음 날 다시 그 이웃집 아들을 보니 동작과 태도가 도끼를 훔친 것 같지 않았다.
이처럼 믿음과 의심은 종이 한 장 차이와 같으나, 그것으로 인해 보이는 세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팔만대장경>이 이르기를 '지나친 의심은 과오를 범한다'고 하였다. 더불어 '지혜 없는 자 의심이 끊일 날 없다'라 하였다.
확신이 없는 지식은 다만 알음알이에 불과할 뿐, 덕이 없는 지식이 되어서, 상황을 올바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30여 년 전에 일본의 어느 지방도시에서, 한 여학생이 생각 없이 한 말 때문에 그 지방에 있는 신용금고가 큰 변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도시에는 도요가와라는 신용금고가 있었는데, 여기에 입사하게 된 사람에게 무심코 '그 회사 위험하다고 하던데...' 하고 말한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자기 어머니에게 이야기하고, 그 어머니는 또 미장원 주인에게 이야기하고, 미장원 주인은 세탁소 주인에게 이야기했다. 이 소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엿새 후에는 수천 명이나 되는 예금주가 돈을 찾아갔는데, 총액이 25억 엔이나 되었다고 한다.
반면 휴렛패커드 사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어느 날 공동창업자인 빌 휴렛이 사무실을 어슬렁거리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창고가 사슬과 자물쇠로 잠겨 있었던 것이다. 휴렛은 크게 화를 내며 절단기로 사슬과 자물쇠를 딴 뒤에 관리자의 책상에 사슬과 자물쇠, 그리고 이런 메모를 남겼다. '우리는 절대로 직원들이 물건을 훔쳐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직원들을 믿습니다. 빌 휴렛.'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누가 그 일이 사실이냐고 묻자 휴렛이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을 거예요. 초창기에는 절단기로 자른 일이 하도 많아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네요.'
프랑스 기업인 파비 사는 자동차 부품을 설계하고 생산한다. 그런데 직원이 600명이나 되는데도 20년 가까이 인사부가 없었다. 장 프랑수아 사장이 새로이 회사 경영을 맡으면서 인사부를 없애버렸던 것이다. 취임당시 그는 회사의 상황을 진단하며 이렇게 말했다.
"CEO만 빼고 모두 다 바보입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잘 몰라요. 상사에게 물어보세요.' 상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도 잘 모릅니다. 점장님한테 가 보세요.' 하지만 점장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CEO한테 가보세요.' 이런 상황에서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이제부터 바보 역할은 CEO가 맡습니다. 업무는 모두 직원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자 직원들은 사장이 아니라 고객에게 눈을 돌렸다.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모든 힘을 모았다. 그 모든 것은 직원들에 대한 회장의 전폭적인 믿음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도달한 한 경영자가 있었다. 그는 30년 동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위대한 예언자들을 떠올렸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회사가 크게 번창할 수도, 완전히 파산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그때마다 나는 망설였습니다. 수시로 마음이 흔들리고 혈압은 치솟고 결국 심장병까지 얻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위인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할까?' 그러고는 그들이 나에게 조언해주는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네 결정은 완벽해.' 이런 모습을 떠올리니 곧 내면의 고요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후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마음이 더없이 차분해졌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소돔이라는 지역이 도덕적 몰락으로 인해 수몰되기 전에, 한 남자가 그곳을 찾아왔다. 그 남자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죄를 짓지 말라고 설득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붉은 글씨로 '회개하라'고 써서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어느 마을 사람이 그를 불러 세우더니 물었다.
"아무도 당신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겠소?"
"알고 있습니다!"
마을 남자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계속하는 거요?"
"처음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이곳 사람들에게 물들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같은 말을 외치고 다니는 겁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말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군을 거느린 왕보다 강하고, 자신이 옳은지 의심하는 사람은 아주 작은 힘도 없다."
높은 뜻을 세웠다면 마땅히 만군을 거느려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확고한 생각의 힘이 필요할 뿐이다.